판금 전개도 계산법 — 공식 2개와 K값, 지뢰 3가지

철판을 잘라서 접으면 치수가 안 맞습니다.

판금 전개도를 뜰 때 도면 치수를 그대로 더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도면에 100 × 100 ㄱ자가 그려져 있다고 200으로 자르면, 접었을 때 커집니다.


판금 전개도가 왜 안 맞나 — 중립축

철판을 접으면 바깥쪽은 늘어나고 안쪽은 줄어듭니다.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는 면이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데, 이걸 중립축이라고 합니다.

전개길이는 이 중립축의 길이입니다. 바깥면도 안쪽면도 아닙니다.

문제는 중립축이 정확히 가운데가 아니라는 것. 압축되는 쪽으로 밀려 있습니다. 얼마나 밀려 있는지가 재질·두께·다이·펀치마다 다르고, 그래서 계산이 귀찮아집니다.

판금 전개도 계산의 기준이 되는 중립축과 K값 위치

K값이란

중립축이 안쪽면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두께로 나눈 비율입니다.

K = 중립축까지의 거리 ÷ 판 두께
  • K = 0.5면 중립축이 정확히 가운데
  • K가 작을수록 안쪽으로 치우침

일반적으로 0.3~0.45 사이 값이 교과서에 나옵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그대로 쓰면 대체로 안 맞습니다.

K값은 상수가 아니라 그 공장의 측정값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6T라도 어느 V홈으로 눌렀는지, 펀치 R이 몇인지, 소재가 어디 것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저희 현장에서 6T를 V54로 눌러 역산한 값은 0.21입니다. 교과서 값의 절반 수준이죠.

이 숫자를 그대로 가져다 쓰시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예요. 0.21은 저희 조건에서만 맞는 값이고, 다이도 펀치도 소재도 다른 곳에서 쓰면 틀립니다. 교과서 값과 이만큼 벌어질 수 있다는 것만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K값은 빌려오는 게 아니라 재는 것입니다. 뒤에서 다시 얘기하겠습니다.


계산 공식

두 개만 알면 됩니다. 이 정의는 CAD 소프트웨어도 동일하게 씁니다.

솔리드웍스 도움말의 굽힘 허용·굽힘 차감 설명과 비교해보시면 같은 이야기입니다.

1. 절곡 전개량 (BA, Bend Allowance)

굽어진 구간 자체의 중립축 길이입니다.

BA = (π/180) × 절곡각 × (R + K × T)
  • 절곡각 — 실제로 구부러지는 각도
  • R — 내부 반경 (펀치 R)
  • T — 판 두께
  • K — K값

2. 세트백 (SB, Setback)

바깥 모서리에서 절곡 시작점까지의 거리입니다.

SB = (R + T) × tan(절곡각 ÷ 2)

3. 세그먼트에서 빼는 값

바깥 치수 기준으로 도면을 받았다면, 각 변에서 이만큼 빼면 됩니다.

보정값 = SB − BA ÷ 2

절곡이 두 곳에 붙은 중간 구간은 이 값을 두 번 뺍니다.

각도 주의

도면에 적힌 각도는 보통 완성각입니다. 다 접고 났을 때 두 면이 이루는 각이요. 공식에 들어가는 건 절곡각입니다.

절곡각 = 180° − 완성각

도면에 135°면 실제 절곡각은 45°입니다. 90°는 우연히 둘이 같아서 헷갈릴 일이 없는데, 그래서 90° 아닌 각도가 처음 나올 때 사고가 납니다.


손으로 한 번

판금 전개도를 직접 떠보겠습니다.

6T, 펀치 R1, K 0.21, 완성각 90°, 바깥 100 × 100 ㄱ자

절곡각  = 180 − 90 = 90°
SB      = (1 + 6) × tan(45°) = 7.00
BA      = (π/180) × 90 × (1 + 0.21 × 6) = 1.5708 × 2.26 = 3.55
보정값  = 7.00 − 3.55 ÷ 2 = 5.23

각 변에서 5.23씩 빼면

(100 − 5.23) + (100 − 5.23) = 189.55

200이 아니라 189.55로 잘라야 접었을 때 100 × 100이 나옵니다. 10mm 넘게 차이 납니다.


지뢰

① 계산식이 맞아도 입력이 틀리면 소용없다

제가 만든 계산기로 6T 호퍼 판금 전개도를 떴습니다. 잘랐고, 접었고, 크게 나왔습니다.

원인을 찾느라 공식부터 다시 검산했습니다. 세트백도 맞고, 전개량도 맞고, 세그먼트 보정값도 소수점까지 맞았습니다. 계산기는 아무 잘못이 없었어요.

두께를 3T로 넣었더라구요. 소재는 6T인데.

두께를 얇게 넣으면 빼주는 값이 줄어듭니다. 그 부재 조건에서 계산해보면 이렇습니다.

입력 두께절곡 1곳당 빼는 값
6T (정답)4.55 mm
3T (실제 입력)2.35 mm
차이2.19 mm

절곡 한 곳당 2mm 넘게 덜 빠졌고, 그만큼 전개가 길어졌고, 그대로 잘라서 접었으니 제품이 커졌습니다.

계산기는 시키는 대로 계산했고, 화면에는 멀쩡한 숫자가 떠 있었습니다. 검산해도 안 나옵니다. 검산은 “이 입력으로 이 결과가 맞나”를 보는 거지 “이 입력이 맞나”를 보는 게 아니니까요.

오해가 없도록 덧붙이면, 계산기 자체는 신뢰하고 있습니다. mm 단위에 깐깐한 금형 쪽 납품물도 이 계산기로 뽑은 값으로 나갔고, 치수 문제로 연락이 온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평소에 맞으니까 의심을 안 하게 되거든요. 틀린 입력을 넣어도 도구는 조용히 정답처럼 생긴 답을 내놓습니다. 자동화 도구를 쓸 때 제일 위험한 지점이 여기입니다.

② 로그가 없으면 며칠 뒤엔 못 찾는다

불량을 알아챈 게 며칠 뒤였습니다. 그때 계산기에 뭘 넣었는지 남아 있지 않았어요.

도면만 놓고 원인을 추정하느라 시간을 썼습니다. 누적 치수를 세그먼트 치수로 착각했나, K값이 안 맞았나, 각도를 잘못 넣었나 — 전부 가능성이었고 전부 확인이 안 됐습니다.

나중에 당시 화면 캡처가 나와서야 두께 입력이 범인인 게 드러났습니다. 캡처가 없었으면 아직도 몰랐을 겁니다.

계산 결과만 뽑고 입력값을 안 남기는 도구는 반쪽입니다. 지금은 입력값과 결과를 같이 저장하는 기능을 붙이는 중입니다.

③ K값을 표에서 빌려오면 안 된다

교과서 K값은 시작점이지 정답이 아닙니다.

저희는 6T / V54 / R1 조건에서 실측 역산으로 0.21을 확정했습니다. ㄷ자 샘플과 단일 절곡 샘플, 각도가 다른 두 종류로 교차 검증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확정된 건 그 조건 하나뿐입니다. 다른 두께는 아직 6T 값을 빌려 쓰고 있고, 언제든 틀릴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에어벤딩은 특히 그렇습니다. V홈 폭이 실제 내부 R을 결정하기 때문에, 같은 두께라도 다이를 바꾸면 값이 달라집니다. 펀치 R을 고정으로 놓고 계산하는 방식이면 그 차이를 K로 흡수해야 하고요.

그래서 K값은 재야 합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1. 실제 쓰는 조건(두께·V홈·펀치)으로 시편을 접는다
  2. 전개 전 길이와 접은 뒤 치수를 실측한다
  3. 공식을 거꾸로 돌려 K를 역산한다
  4. 다른 각도로 한 번 더 접어서 값이 맞는지 본다

한 조건당 30분이면 됩니다. 그 30분이 판재 몇 장보다 쌉니다.


절곡 걸기 전 판금 전개도 체크리스트

  • 도면 각도가 완성각인지 절곡각인지 확인했는가
  • 도면 치수가 바깥 기준인지 안쪽 기준인지 확인했는가
  • 도면 치수선이 세그먼트 단독 치수인지 누적 치수인지 봤는가
  • 계산기에 넣은 두께가 실제 소재 두께와 같은가
  • 계산기에 지정한 V홈이 실제로 물릴 금형과 같은가
  • 이 두께·V홈 조합의 K값을 실측한 적이 있는가, 아니면 빌려온 값인가
  • 첫 물건은 시편으로 한 장 먼저 접어봤는가
  • 계산에 쓴 입력값이 어딘가에 남아 있는가

마지막 항목이 핵심입니다. 앞의 일곱 개를 다 지켜도 사람은 실수합니다. 실수했을 때 몇 분 만에 찾을 수 있느냐가 실제로 손실을 가릅니다.


다음 글 예고

판금 전개도 계산을 매번 손으로 하기 싫어서 계산기를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 세그먼트별 보정값 분배, 보유 금형 목록에서 V홈 선택, K값 역산까지 붙어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걸 만들면서 밟은 것들을 다룹니다. 특히 K값을 실측으로 잡아가는 과정이요.

같은 방식으로 발주서와 BOM 작업을 자동화한 이야기는 BOM 자동화로 발주서 한 건 6시간을 1시간으로 줄인 방법에 썼습니다.


비슷한 작업 때문에 시간을 뺏기고 계신가요

발주서 정리, BOM 작성, 송장 발행처럼 매번 반복되는 사무 작업이라면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어떤 작업을 몇 번 반복하시는지만 알려주세요.


판금하는 탄즈 — 레이저 절단·절곡 9년차. 반복 작업이 싫어서 AI와 자동화로 도망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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